기타

고향집

白夜(백야) 2022. 2. 23. 11:40

물에 잠긴 낙엽 (고창 선운산 계곡  촬영:백야)

 

 형 집에 가봐야지?

글쎄 가봐야 겠는데..언제 갈까..

이렇게 형과의 나의 약속은 갑자기 일정이 잡혀서 만나곤 했다.

통화하면서 달력 날자 더듬고 그리고 혹시 다른 약속이 있나 해서 고향가는 날자가 잡혔다.

큰형님이 병원에 입원하신 뒤로 집에 모시고 싶어도 집안에서 움직이시기가 어려워 옛날 집을 헐고 새로 지은다고 해서   옛날 모든 추억이 서려있는 꿈에도 그리던 그집이 사라진다는데  다시 한번 옛날로 돌아가서 옛날을  회상해보면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였다.

 

 

북쪽에 사시는 막내형과 남쪽에 사는 나와는 영 반대편이어서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나는 호남선 기차를 타고 올라가다 익산에서 장항선 열차로 환승하고 형은 밑으로 내려와서 예산에서 내리는시간 확인해보니 거의 점심때쯤을 만날수 있을것같다.

열차를 타면 창밖 풍경을 그리 좋아해서 거의 자는 시간이 없고 그 참 얄밉게도 종착역 내릴때 쯤이면 잠이 오는 피곤함이 밀려 미리 자 둘걸 하고 후회하곤 하는 못된 버르장머리가 나한테 있다.

열차가 서는 것이 아마 어느 역에 도착했나보다 승객들이 밀려 들어오고 좀있다가 대학생쯤 되어보이는 여학생 둘이 내 앞에와서  아저씨 여기 제자리인데요..엉?여기 내자리인데, 여기 봐 이자리인데 ...익산까지 가는데,  여기가 익산인데요..아이고 밖을 보니 선명한 익산이란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부랴 부랴 짐 집어들고 불이나게 열차   출구를 향해 뛰어 내렸다. 다행히 환승하는 시간이 여유가 있어 역사에 들어가니  아직 빈속이라는 것이 깨달아 졌는지 시장기가 든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답답한 역사내 보다 플래홈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장항선 승차 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역무원이 갑자기 소리 지른다 어디 가세요? 예산 가려고요. 장항선 열차 방금 떠났어요...무슨 생각하고 있었길레 또 환장한 노릇이네....

다시 대합실로 올라가 차표 반납하고 다시 후행열차로 티케팅하고,,,,

열차가 다시 선로 따라 흐른다. 익산 다음이 바로 대아 그리고 군산인데..군산은 내가 공직생활로 일년을  근무했던 곳이었다. 창밖에 흐르는 풍경들이 어제 마냥 새롭게 머리를 휘젓는다. 바로 엇그제 까지 살았던 느낌이 되살아난다.

관사에서 살았던  외지로 부터 발령난 사람들이 같이 대여섯명이  거주 했는데,항구도시인 군산은 새벽에 볼 거리가 많았다. 부지런하면  특이한 군산 풍경을 구경할수 있었다.특히 새벽에 그 어느 동이던가 주차장에 큰 난장이 서는데 거기는 정말,그 그 군산의 어느 잡화 백화점 선전대로 "바늘부터 인공위성 까지" 다 있다고 선전한 것 처럼  물론 공산품이 아닌  농산물과 해산물이 없는 것이 없어 정말 구경할 만 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이  오전 9시만 되면 어느새 철수하고 돌아갔는지 어느새 주차장 으로 다시 바뀌어 지고 아무 것도 없어 신기한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언젠가 직장에서 근무하는데 한분이 이것 맛좀봐봐 하며 주는데 종이컵에 호떡이 한개 들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호떡속의  설탕물이 녹아 흐를 까봐 바쳐 먹으라고 담아준 호떡이었는데 그리 달콤하고 맛있는 군산에서 아주 유명한 호떡이었는데 지금도 어쩌다 차로 군산부근을 지나가다 그 호떡집이 생각나서 가서  호떡 사먹고 갈가하고 망설이곤한다.

관사 옆에 조그만 슈퍼가 있었는데 거기에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야  가서 만원짜리 하나 가져와 하면 금고에가서 만원짜리 한장 물고 오는 개가 있어 주인은 자랑겸 으쓱대고 우리는 신기한것처럼 바라보곤 했다 .그 슈퍼 뒤쪽로  군산에서 유명한 월명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같이 관사에 머무는 사람 셋이서 올라가면서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실고서"하는 옛날 박경원 씨의 만리포 사랑 노래를 3절까지 다 외우자고 하면서 마치 초등학생들 처럼 동요 앞으로 앞으로 하면서  손 앞뒤로 흔들면서 부르면서 걸어가면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들 같아 괜히 맘이 즐거워 지곤 했다. 거의 다 정년을 앞둔  늙음 꽉찬 속없은 남녀 셋이가...

지금 생각하면 참 즐거운 추억이다. 며칠이 지나면 우리 그 노래 잊어 버렸는지 함 다시 해보자 하고 불러보면 더러 까먹고 잊어먹고 해도 다시 머리속을 헤집어 찾아내고 다시 부르면서 속없이 철없는 어린아이가 된것 같아 즐거워 했다.

또한 관사 뒷쪽으로 돌아가면 바다 공판장이 있었는데 나는 처음 공매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그 소리치는 소리가 신기한데 한마디도 못알아먹는 것을 알고 내가 한국사람 맞아 하고 속으로 멋적어 했다.

예산에서 내려 막내형을 만나 역전 앞의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운동겸 고향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둘레길이 잘되어있듯이 고향집으로 가는 길도 인도설치가 좋아 아주 걷기가 그만이었다.

그길이 옛날 학교 다닐때 중,고등학교 까지 6년 넘게 걸어다셨던 길이라서 지나는 곳마다 추억이 서려 있어 형 이집이 그집이지?하면 아냐 그곳은 조금 더 가야 해,,하면서 추억을 더듬으면서 걸었다.

이런 갑자기 비가 내린다,가는 도중에  엄마 아버지 산소가 있어 잠시 들려 가기로 했는데,,,결국 집으로 향했다.

집은 이제 다 헐리어 새로 공사를 시작해서  옛기억은 머리속에서 맴돌뿐 일찍오지 못한 것이 후회만 남았다.그 안방,그리고 사랑방,,,그리고 대문,,,사진으로 찍어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 미련으로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집에서 역으로 가야 하는데 비가 와서 어떻게 갈까 하다가 셋째형한테 좀 와서 태워다 달랠까 ?하니 막내형이 차가 있가니?이이~~차 없어?하니 형이 빙그레 웃으면서 음주 운전으로 취소 돼서 읍써 한다,..내가 하이고 그 팔십다된 노인네가 음주 운전 걸려서 취소 된것 생각하니 그 노인네가 음주 측정 당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만나면 형 술좀 그만 마셔 그래야 아프지 않고 고생안 혀  노래 불렀는데,,,응 옆에 있던 형수님은 아이고 그게 되남유..그렇게 고향집은 이제 내  뇌리에서 사라지고 이제 멋진  신식  집이 들어섰지만 서럽게도 그 웬수같은 코로나 때문에 큰 형님은 그 노래 노래 불렀던 옛날 집에 돌아가시지 못하고  새집에도 들어가 보시지도 못하고 떠나셨다.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형제들이 일년에 두번씩 봄,가을로 2박3일간 여행을 하곤했는데, 이것도 몸이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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