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베게 고요쯤에

白夜(백야) 2009. 12. 15. 09:07

 

어제 퇴근 시간전에 시집하나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님께서 보낸 시집이다.

교회 장로님이신 교수님이 언제 이렇게 알알이 영글은 시를 쓰셨을가?

보내주신 책속에는 정이 한아름 배어있다.

 

 

검은베게 고요쯤에

 

                                                          박 노동

 

1

아지랑이 속에 흔들리는

이랴 ! 이랴  !

 아버지의 출렁임

긴 이랑으로 펼치다

뒷발질 앞발질 씨앗을 덮어묻는

갓난 송아지의 난장판이다

 

2

동네 어귀 시냇가 팽나무 그늘속에

아버지의 노곤한 졸음이

검돌 베게 고요쯤에 계시다

반짝이는 나뭇잎들

햇살을

오지게도 타고 놀때

 

3

솔티재 너머 서 마지기

논두렁 높아

콩깍지 튀는 소리

놀란 까투리 날아 오른다

아버지 나락 등짐

노랗게 재를 넘을때

 

4

장작패는 아버지의 아침 마당

터억  !  좌악  ! 

가슴팍 땀의 실핏줄

마당 귀영치에

까칠한 싸락눈이 풀썩 튀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이 가면  (0) 2013.06.15
새벽에 부르는 노래  (0) 2012.01.25
동백꽃  (0) 2009.03.14
가시연  (0) 2006.09.13
빈배....  (0) 200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