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문길섭님이 보내주신 글모음

白夜(백야) 2005. 7. 17. 23:01

 

                                                                                     (사진 :05.7월 광주호의 아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때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때는 누워서 책을 보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다. 베개를 포개 베고 눌렸던 몸의 자세를 조금씩 바꿔가며 누워 책을 보는 이 시간을 잃게 된다면 아마도 내 삶은 지금보다 훨씬 무료해질 것이다.

누워서 책을 보는 행위 자체가 휴식이기도 하거니와 편안함 때문인지 몽상과 상상력이 책 읽기에 섞여들며 몽롱한 상태까지 가보는 즐거움이란!

과거에 먹었던 좋은 음식들을 내가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음식물을 통해 이렇게 나의 몸이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책도 그와 같다. (조은, 시인) <조용한 열정, 마음산책>






♤날마다 학생으로

작년에 나는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내고 강남교보와 영풍문고에서 두 번의 팬 사인회를 가졌다. 대부분 젊은 엄마들이 많이 왔는데 맨 앞줄에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한 분이 진지한 표정으로 끝까지 경청하고 계셨다. 강의를 끝내고 사인을 하는데 그분이 내 앞에 책을 들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원자력 박사입니다. 오늘도 뭔가 하나라도 배우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더니 역시 감동적이었어요. 최윤희 선생님, 고맙습니다!" 나는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니 오히려 감사할 사람은 내가 아닌가. 그런데 하얀 백발의 신사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다니?

그분은 평생을 배움의 자세로 사는 분이기에 하나라도 배우고 별것 아닌 일에도 감사하는 것이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내가 오히려 그분에게 배웠다.

눈만 크게 뜨고 살면 평생 우리 주변엔 배워야 할 일들로 가득 넘친다. 철없는 사람들이 학교 졸업장만 받으면 그것으로 끝! 용감무쌍하게 도장 팍팍 찍고 평생 책을 멀리한 채 살아간다.

한번뿐인 인생, 신나게 사는 방법은 날마다 학생으로 살아가는 것. '어디 배울 것 없나?' 눈을 크게 뜨고 살아가는 사람은 노릇노릇 퇴화하지 않고 파릇파릇 진화할 것이다. 나이를 초월하여 사람을 당기는 매력은 배움에서 나온다. (최윤희, 칼럼니스트)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 황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집의 거실에 나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글귀의 액자를 걸어 놓고 있다. 옛날 운문이라는 중국의 선승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하루하루가 다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나쁜 날이 따로 없고, 좋은 날과 나쁜 날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행복이라는 무지개가 어디 먼 하늘가에 따로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는 고개를 넘는 언덕 위에 어느 날이나 아름답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언덕 위의 무지개를 보고 못 봄은 그 사람의 마음의 눈에 달려있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항상 밝고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때로는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고, 좌절을 맛보고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소소한 일로도 마음 상할 때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마음의 바탕을 늘 밝고 긍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사리 그런 어두운 삶의 국면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비가 오면 큰아들의 우산이 잘 팔려서 좋고, 햇볕이 쨍쨍 쪼이는 날이면 작은아들의 미투리가 잘 팔려서 좋다는 옛 이야기 속의 할머니처럼 늘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고서 밝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는 게 같은 값에 다홍치마가 아니겠는가. (하근찬, 소설가) <내 안에 내가 있다, 엔터>





♤항아리

누가 밤새 길어다 부었는가
뒷뜨락 항아리에 가득 고인
저 찰랑이는 옥빛 눈물의 은하수 (이가림)



"글을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감명의 파도를 일으킨다는 것은
얼마나 흐뭇하고 아름다운 일인가."(안병욱)

좋은 글 속에서 늘 행복하십시오!

드맹아트홀에서,

문길섭 드림